일본, 中 투자 증가… 무역 '코리아 패싱' 우려
일본, 中 투자 증가… 무역 '코리아 패싱' 우려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04.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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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내수시장 위축으로 중국 진출 박차
日→韓→中으로 이어지던 분업 변질
"일본같은 기업제휴·인수합병 필요"
아베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아베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일본 경제가 지난해 4분기까지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함께 해외시장, 특히 중국 진출을 강화함에 따라 동북아 분업구조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소는 25일 '일본경제 부활했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일본경제의 '부활'을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섣부르다고 진단한다. 일본경제를 다시 성장궤도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수익 개선이 투자증가로, 이를 통해 고용확대 및 임금상승으로, 이는 소비증가를 거쳐 다시 기업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순환이 고용 확대에서 끝나고 소비증가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일본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기업 인수합병이나 생산거점 해외확대 등이 그 일환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일본기업들의 전략이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중국을 겨냥"하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 3년(2012년~2014년) 일본의 M&A는 중국 목적지가 4억달러, 한국 목적지가 16억달러였다. 그에 반해 최근 3년(2015년~2017년)엔 중국 대상 M&A가 36억달러로, 한국 대상 7억달러보다 5배나 커졌다. 중국시장 진출이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과의 기술제휴에 더 주력하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린데 이어 최근 중국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에 투자한 바 있다.

이같은 추세와 관련해 보고서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일본이 제조설비 부품을 한국에 수출, 한국이 이를 가공해 중국에 수출하는 분업구조가 두드러졌지만 최근 3년 새 이 같은 추세는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일본과 중국의 분업구조가 결속력을 더해가면서 한국 제조업의 입지는 위축될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중간재 수입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산 수입액이 거의 증가하지 못하는 사이 일본산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 반도체를 제외하면 중국 중간재 수입액이 늘어나는 품목은 거의 없고, 일본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로봇 센서 등 부품의 수입액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의 자급능력이 향상되면서 일본산에 비해 한국산 중간재의 부가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한 결과이다. 

보고서는 "중국 국책연구기관은 이미 한국의 제조역량을 자국의 역량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어 '코리아 패싱'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될 미래산업 분업구조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기업간 제휴와 인수합병 등에서 일본기업들보다도 더 전향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