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폭력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 박재연기자
  • 승인 2008.10.27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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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살인사건 희생자 합동영결식…각계서 온정‘밀물’
서울 논현동 고시원 살인사건으로 사망한 중국동포 이월자(50·여) 박정숙(52·여) 조영자씨(53·여)와 내국인 민대자씨(51·여) 등 4명의 합동 영결식이 27일 오전 9시 신사동 서울의료원에서 거행됐다.

이날 발인예배는 유족과 한국교회봉사단 등 기독교단체 관계자, 명성교회 중창단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북제일교회 황형택 목사의 사회로 열렸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찬송가를 따라부르던 유족들은 이월자씨의 장녀 방해란씨가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자 애써 삼켰던 울분을 터뜨리듯 일제히 통곡하기 시작했다.

방해란씨는 "어머니가 사셨던 고시원 쪽방에는 먹다 남은 찬밥이 남아있었다"며 "끝내 눈을 감지 못하고 입도 다물지 못했던 어머니, 이제 시름은 자식들에게 맡기고 가난과 멸시, 난도질과 외로움이 없는 평온한 천국으로 편히 떠나세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족 및 조문객들이 헌화를 한 뒤 퇴장하는 과정에서 평소 심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조영자씨의 남편 천광호씨(53)가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월자씨의 언니는 동생의 관이 장의차에 실리자 함께 화물칸에 들어가려고 몸부림쳤고, 고인이 최근 장만한 새 한복과 노리개, 가방 등을 장의차에 함께 실어주기도 했다.

혼절했던 조영자씨의 남편 천광호씨는 링거를 꽂은 채 발인 과정을 지켜보며 "영자야, 잘가라, 시름 놓고 가라, 아이들은 내가 잘 기를게"라고 울부짖었다.

고인들은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돼 '서울외국인노동자의집'이 운영하고 있는 가리봉동 안식의집(민대자씨 제외)에 안치된다.

또 다른 내국인 희생자 서진씨(29·여)와 김양선씨(49·여)는 사건 직후인 22일과 23일 장례를 치르거나 화장 절차를 각각 마무리했다.

이날 합동 장례는 서울의료원과 택시기사들의 봉사단체인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유족들의 체류 비용 등 기타 부대 비용은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 김해성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각종 기독교단체가 부담했다.

기독교계는 또 4명의 유가족에게 각각 2000만원의 위로금을, 이미 장례를 치른 한국인 유가족에게는 500만원, 부상자에게 300만원 등 총 1억1000여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강남구청이 500만원, 대검찰청이 300만원, 익명의 시민이 75만원 등 보내오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날 영결식을 치른 유족들은 각자 총 3000만원 정도의 위로금을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건으로 중상을 입고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동포 장채옥씨(40·여)의 경우 병원 측 배려로 병원비 일체를 감면받았으며, 원내 모금운동으로 소정의 생활비를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