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금융위기 해법도‘엇박자’
여야, 금융위기 해법도‘엇박자’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10.27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 은행지급보증동의안 처리 등 주력
민주 “은행 자구 노력·강만수 경질 등 선행”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분야로 확대되는 등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경제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중이지만 각각 제 목소리만 내고 있어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제위기가 심화될 경우 자칫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상황을 우려하며 정부가 내놓은 외화유동성 확보와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국회의 도움을 받아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의 금융대책에 대해 큰 틀에서 협력하되, 먼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과 경제팀 교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10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지급보증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빨리 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장난명이라는 말도 있듯, 두 손이 마주쳐야 비로소 힘찬 소리가 난다”며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부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난국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정치권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세계가 은행지급보증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 판에 유독 대한민국 민주당만 정치적 조건을 내걸어 경제 위기 상황을 정쟁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며 “지급보증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을 계속 설득하는 한편, 당정 협의를 수시로 열어 추가 금융 대책을 논의하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소속 지역구 의원들을 통해 감독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가 내놓은 금융 대책에 기본적으로 협력한다는 입장이지만 당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은행의 자구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강경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강만수 장관 경질을 통한 정부의 반성, 경제위기 이전에 마련된 감세안 수정을 은행지급보증 동의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 경제팀 경질도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 중 핵심 요구사항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투자 기피로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먼저 강만수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위기 극복을 위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협조는 국민 편에서 하는 것이지 등 돌리며 하는게 아니다”며 “대통령과 정부의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하고 신속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내놓은 경제위기극복 대책에 협력하지 않고 대안경제 건설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정부의 경제정책에 함께 하지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위기극복 대책을 정확히 제시해야 야당이 협력할 수 있는데 규제완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절망한다”며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변인은 “미국은 은행을 국유화하고 강도높게 규제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외화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것은 졸속적 대책이며 국민에게 경제 위기의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시키겠다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중에는 자유선진당만이 유일하게 은행지급보증동의안 처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무엇보다 정부가 제출한 금융대책, 특히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동의안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며 “효과가 있을지는 걱정되지만 처리에 조건을 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도 “이 안이 처리되면 강만수 장관은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며 “시장의 불신을 받은 경제팀이 떠나고 시장의 신뢰를 얻어 경제 난국을 헤쳐나갈 팀이 들어오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은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 장관 경질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