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사, 계열사 주식 팔아야”… 사실상 삼성 겨냥
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사, 계열사 주식 팔아야”… 사실상 삼성 겨냥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4.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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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매각 걸림돌은 ‘실탄’
지분 6% 매각…매입 땐 50배 오른 액면가 적용 20조원 필요
삼성화재도 정리 필요…지분 매각 시 순환출자 고리 3개 해소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했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정리 시도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너무 커져버린 덩치가 발목을 잡는다.

지난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일에 있었던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를 거론하며 단계·자발적 개선조치를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주식은 김 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퇴함에 따라 주춤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최 위원장의 발언이 그간 논의된 방안으로 이어진다면 최대 20조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보험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자산의 3% 또는 자기자본의 60%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은 8.23%다. 시가총액 332조원을 놓고 계산해 보면 27조2713억원 규모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58조원의 3%인 7조7000억원을 보유할 수 있어 삼성전자 주식 20조원, 지분율 6% 정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8.23%를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현행법에 따라 해당 지분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 5만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김 전 금감원장은 이를 시가 계산으로 개선할 것이라 예상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지분은 20.11%며 예상대로 진행되면 14%까지 줄어든다. 지난 2월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2% 수준이고 오너일가의 불안한 지배력이 늘 거론된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은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을 때는 취득원가 기준이라도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시가로 매각해야 하기에 그동안 승승장구 해오던 삼성전자의 역사가 지금은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이 지난 2017년 4월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것도 필요한 자금이 상당하고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손실이 예상되는 점도 있다.

다만 삼성생명이 이번 기회에 보유한 지분을 정리한다고 하면 지난 11일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이어 남은 순환출자 고리 4개 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해소되고 3개가 남는다.

여기에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1.44%, 시가 기준 3조원의 지분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 공시 기준 자산이 약 75조원으로 3%는 2조2277억원이다. 삼성화재까지 지분을 정리한다고 하면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