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朴, 총선에서 '유승민 대항마' 연설문 하달"
신동철 "朴, 총선에서 '유승민 대항마' 연설문 하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4.19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해 친박 인물에게 연설문까지 보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19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신 전 비서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 전 자신과 불화설이 있던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정무수석실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내세웠고, 여론조사를 통해 두 사람의 지지율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이재만 후보의 문제점으로 연설을 잘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사용할 연설문을 친전 형태로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보내기도 했다.

신 전 비서관은 "현 전 수석이 연설문을 흔들며 '이거 봐라 할매가 직접 연설문 보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재만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지 않았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해당 지역구를 이재만 후보자로 '단수 공천'하는 방안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신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도 관여한 정황도 나타났다.

신 전 비서관은 2016년 초에 자신과 현 전 수석,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모여 총선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이한구로 하라고 했다'고 알렸다.

이를 들은 최 의원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현 수석은 "이미 정해진 일이니 내가 이한구 전 의원에게 연락하겠다"고 말했다고 신 전 비서관은 진술했다.

이후 청와대는 이한구 위원장에게 선거구별 예비후보자 현황, 친박 리스트, 청와대 지지 후보 등의 자료를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 선거 및 공천 전략을 수립하도록 여론조사를 지시했고, 박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 관련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았다"고 전했다.

신 전 비서관은 현 수석이 직접 이 위원장에게 자료를 전달했으며, 이는 보안을 위해 '007작전'처럼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자 궐석재판 진행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