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18대 국회 국감 엇갈린 평가
여야,18대 국회 국감 엇갈린 평가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10.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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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제도 개선 필요성 공감...실현 가능성은 불투명
여야는 24일로 사실상 종료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결과를 놓고 서로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은 쌀 직불금 제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만들고 참여정부의 실정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국감은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총체적 국정 실패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국정감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국정감사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18대 국회에서 실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장 취임 이후 수 차례에 걸쳐 20일 동안 47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감의 한계를 지적하며 연내에 국회법을 개정, 새로운 국감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이번 국감을 계기로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국감은 매년 정기국회에서 20일 동안 진행된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9월10일부터 20일간 실시하도록 돼 있다.

다만 본 회의 의결로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상임위에서 짧은 기간 동안 국감 일정을 조율하다보니 의원들이 1개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질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통상 10~15분 내외를 넘지 못한다.

더군다나 5~6개 피감기관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관심이 집중된 기관에만 쏠릴 수밖에 없다.

질의 하나 받지 못한 채 되돌아가는 피감기관도 속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질의 내용도, 답변도 모두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늘 제기되어 왔다.

피감기관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혹은 입법부에서 던져놓고 정작 해명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는 볼멘 성토는 쉽게 들을 수 있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지난 주 종합감사에서 "큰 문제없이 국감이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그동안 국감 때문에 제출한 서류와 스트레스를 양으로 따진다면 실효성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동시에 피감기관이 자료 제출이나 증언을 거부하고, 질의 요지와 동떨어진 억지답변을 반복하거나 불성실한 자료 제출 행태를 보이는 일도 일상화되면서, 이같은 행태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감은 매년 몰아치기, 부실, 호통치기, 폭로, 중복, 부실 국감이라는 오명을 낳고 있다.

한때 17대 국감에서는 종이와 예산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자구책으로 전자국감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여전히 의원실은 문서를 선호하고 있고, 전자파일 첨부보다는 직접 사본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18대 첫 국감이 시작되기 전부터 국감 시스템에 대한 개선에 불을 지핀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은 의장 취임 후 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임위별로 봄과 가을에 나눠서 실시하거나 정부기관을 제외한 경우 격년제로 지정해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회 운영제도 개선을 위해 의장 직속의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취임과 함께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발족해 국감개선을 위한 첫 토론회를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김 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들어 국감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가 하면 국감을 감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각 행정 분야에 맞는 새로운 국감 제도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4일 김형오 국회의장 직속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정감사, 예결산, 입법이 모두 정기회에 집중되어 있어 정기회에서 심도 있는 심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감 시기 조정을 통해 정기회 부담을 덜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중 상시 국감 체제의 기본 방향은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상임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소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사후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시정요구에 대한 의원실명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김 의장과 각계 전문가들의 지적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감 제도 문제뿐만 아니라 국회 전반의 불합리한 제도를 모두 개선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다른 일도 많지만 국회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구속되어 있는 국회의원에게도 의정활동비가 나가고, 국회가 두 달 동안 개원하지 못했는데도 의원들은 꼬박 월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상임위에 상정도 하지 않고 쌓아놓은 법률안도 3200여건인데 이렇게 불합리한 문제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대대적인 국회법 손질을 예고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하면서 일상적으로 소위원회를 통해 현안을 논의하면 상시국회가 전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며 "제도개선 없이는 발언 시간이 없어 시간을 더 달라든가, 실컷 질문해놓고 장관 답변을 듣지 못하는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의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국감제도개선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이제 3당 교섭단체라는 새로운 정치 문화까지 생겼는데,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에서 새로운 정치구조에 대한 논의까지 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표면상 본다면 국회법 개정은 국회 교섭단체 3곳 모두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속내는 다르다.

한나라당은 국회법 개정 논의와 함께 소수당이 국회를 점거할 경우 이를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이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국감 제도와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소위원회 활성화 방안 등을 여당이 수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소위원회가 활성화 될 경우 과반 의석을 이미 확보해 국회 운영 장악력을 갖고 있는 여당의 힘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선진당은 국회법 개정과 함께 교섭단체 구성 완화를 적극 추진할 태세여서 '동상이몽'인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형오 의장은 국회법 개정과 관련, 오는 12월7일까지 자문위원회의 내부 토론을 거쳐 안을 마련해 국회 운영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