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TX조선의 봄’은 정부·채권단 고통 분담에서
[기자수첩] ‘STX조선의 봄’은 정부·채권단 고통 분담에서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4.19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지난 11일 산업은행이 회생절차 신청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STX조선 노사는 당장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노사는 인력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는 대신 무급휴직, 임금삭감, 상여금 삭감 등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기로 했다. 생산직 인원 690명 중 500명을 내보내야 하는데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남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대신 5년 동안 기본급을 5% 삭감하고 상여금도 600%에서 300%로 절반만 받는데 합의했다. 이 기간 동안 매년 6개월씩 무급휴직을 가야한다는데도 동의했다. 이렇게 되면 이 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기존에 받던 임금의 절반도 수령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 측은 이런 고통 분담을 하더라도 추가적인 강제 인력구조조정을 막아 동료들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고 결국 회사 측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노사가 인력구조조정 대신 큰 폭의 임금삭감 방식으로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하는 인건비 절감수준을 맞추겠다고 나선 대목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내 임금의 절반을 양보함으로써 한 사람의 해고를 막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뼈를 깍는 고통을 함께 감내하며 서로를 지켜낸 결단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결단을 수용한 사측의 결정 또한 높이 살만 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모든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노동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산은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회생 자구계획이 시행됐다. STX조선 노동자들에게는 향후 5년간은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험로생로(險路生路), 즉 ‘험한 길은 곧 살아날 길’이라는 말처럼 이번 위기가 STX조선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다. 조선업이 고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당위성은 충분하다. STX조선 노동자들에게도 하루빨리 봄이 오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