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 현장지휘·건물구조·소방설비 문제로 결론
제천 화재참사, 현장지휘·건물구조·소방설비 문제로 결론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4.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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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합동조사단, 18일 2차 조사결과 발표 "문제 투성이"
소방 인력확충·장비 개선 등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내놔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장이 18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한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장이 18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한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현장 소방대의 대응 부실로 피해가 더 커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장은 18일 제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제천 화재 참사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가장 많은 희생자(20명)가 난 2층 진입 방식 중 비상계단을 통한 진입 작전은 일부 구조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시 주 계단은 화재로 진입이 곤란했고, 비상계단의 경우에도 오후 4시16분께 최초 진입 신도가 이뤄졌지만 화염과 열기로 인해 후퇴했다가 오후 5시5분께 재시도해 진입했다.

이에 대해 변 조사단장은 “당시 방화문을 닫고 비상계단으로 진입했거나 관창을 들고 갔다면 진입에 성공해 일부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굴절차 운용 지연 역시 주변의 무분별한 주차 문제 외에도 담당자의 숙련도 부족이 원인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유가족 측과 소방당국 간 논란이 됐던 창문 파괴를 통한 2층 진입 가능성과 소방헬기의 하강풍으로 인한 화재 확산 등에 대한 검증도 진행됐다.

그 결과 먼저 창문 파괴를 통한 2층 진입 가능성은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현재 유가족 측은 건물 주출입구 쪽의 일부 벽에 연소흔적이 없다며 사다리를 원래 놓았던 곳 대신 2층 냉탕 쪽에 설치했다면 좀 더 일찍 건물 내부로 진입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소방당국은 1층 주차장과 LPG탱크, 3층‧8층 창문의 각 1명씩, 9층 옥상 테라스의 3명 등 눈에 보이는 구조 요청자에 우선 집중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소방헬기 관련 논란은 조사단이 충북 음성군의 훈련장에서 전문가와 함께 실제 헬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특정한 조건에서는 약하게 건물 내부로 공기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변 조사단장은 “사고 당시 소방당국의 효율적인 인력 배분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현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지휘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했다.

건물구조와 소방설비에 대한 부분은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먼저 △층간 방화 구획이 되지 않은 점 △1층 주계단에 방화문이 없어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열과 연기를 막아주지 못한 점 △증·개축 지점에 방화문 미설치된 점 △비상계단 쪽 방화문에 문 닫힘 방지 장치가 설치된 점 △내부 계단과 벽체가 목재로 시공된 점 등이 지적됐다.

특히 비상탈출로가 유리벽 설치, 창고 및 휴게실 사용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한 부분과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변 조사단장은 “허술한 건물구조와 소방설비가 화재의 급격한 확산과 생존시간 단축을 초래했다”며 “만약 관련 규정을 지켰다면 1시간 이상의 생존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조사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는 조사단은 최종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은 참사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충북도는 소방업무 혁신기획단을 구성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부족한 현장 인력에 대해 2022년까지 956명을 확충하기로 했다.

초기 출동에 소방력을 집중 투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충북소방본부와 상황실을 한 청사로 통합해 효과적인 상황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고 당시 구조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낡은 아날로그 무전기도 올해 전면 교체되며 소형 다목적 사다리차도 오는 2021년까지 도내 모든 소방서에 추가 배치된다.

이와 함께 소방청 산하 화재안전특별 TF팀을 운영하고 현장 지휘관 직위 공모제와 현장 지휘 실질 능력 평가제도 실시해 이번 참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현장 지휘 역량을 강화한다.

끝으로 변 조사단장은 “조사단 최종보고서가 다시는 제천 화재와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는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2차에 걸친 합동조사 결과를 시금석 삼아 화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축함으로써 고인들의 희생을 위무하고 유가족들의 고통을 달래 주길 간청한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1월 실시된 1차 조사가 미흡했다며 이번 2차 조사에서 전문가 2명과 유가족 대표자 2명 등 총 4명을 뽑아 참관인 자격으로 직접 조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