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욕심 버리면 한국GM '해법' 보인다
[기자수첩] 욕심 버리면 한국GM '해법' 보인다
  • 이정욱 기자
  • 승인 2018.04.18 14: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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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제너럴모터스)이 법정관리의 기로에 서있다. 미국 GM 본사가 정한 '데드라인'인 오는 20일까지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교섭이 합의에 도달해야한다. 더 이상 선택지는 없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16일까지 8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GM의 댄 암만 총괄사장이 정한 데드라인까지 이제 단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GM은 어쩌다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거쳐 법정관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분명 군산공장 폐쇄 이전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는 있었을 텐데 왜 이 지경에 이렀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한국GM의 경영부실은 수년째 지속된 경영적자의 결과다. 높은 매출 원가와 R&D(연구개발) 비용, 차입금 이자 등 이런저런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 빚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GM 사태가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GM은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GM은 본사의 생산판매 방식을 이용해 급성장했다. 이후 10년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 2009년 GM 본사는 돌연 파산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 해외 사업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지원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경영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본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누적된 적자 탓에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곳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GM의 경영 전략이 바뀌었다.

GM측 입장에서는 막대한 구조조정과 법정관리가 경영의 연장선상이란 생각이 든다. 수년째 겪어온 구조조정이고 수익성이 낮다 싶으면 사업을 정리해버리는 '밀어붙이기식 경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GM은 9년 전 GM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이 상황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GM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GM노조의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욕심 등이 맞물려 빚어졌다. 이제 모두가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앞으로 남은 이틀동안 GM과 정부, 그리고 한국GM 노·사가 원점에서 협상을 한다면 분명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잃지 않으려하면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길지는 않지만 법정관리를 향해 돌아가고 있는 시계를 멈추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