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걸음마’ 국산 수제맥주 아직 갈 길 멀다
[기자수첩] ‘걸음마’ 국산 수제맥주 아직 갈 길 멀다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8.04.1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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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200억원 규모였던 수제맥주 시장은 2017년 350~4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5년 후에는 1500억~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성장 동력으로 이달부터 시행된 주세법 개정을 꼽는다. 소규모 맥주시설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고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의 발효규모는 담금·저장조 기준 기존 75㎘에서 120㎘까지 늘어났다. 과세표준 경감범위도 넓어졌다. 과세표준 40%를 인하해주는 기준을 연간 출고량 기준 300㎘에서 500㎘로, 60% 인하 기준도 100㎘에서 200㎘로 확대했다. 

판로규제도 풀렸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수제맥주 판매가 허용되면서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우세한 시각이다.

하지만 주류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밀려드는 수입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올해부터 시행된 미국과 EU의 수입맥주에 대한 관세 철폐로 신고가에 대한 세금만 매기게 됨에 따라 국산맥주 출고원가만큼 가격이 낮아졌다. 

기본적으로 시간과 과정이 오래 걸려 소비자가격도 비교적 높게 책정되는 수제맥주의 특성상 외국에서 대량으로 몰려오는 수입맥주와 가격경쟁으로 맞붙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품질·유통 관리도 문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하기 위해 대량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고 운반할 냉장차량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런 유통 전 단계 투자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영세 수제맥주업체가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주류시장의 정체로 고민에 빠진 대형 주류업체들이 소규모 업체와 협력해 한국 수제맥주 브랜드를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대형마트 업계에선 수제맥주업체와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한다. 수입맥주가 맥주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지금, 관련업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