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국내 최고(最古) 항공사 소유주의 자녀이자 여객마케팅 담당 전무의 폭력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광고대행사 직원이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물병을 던졌다는 것이다.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 폭언과 욕설하는 동일 인물의 음성파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 같은 폭력행위는 잘못된 ‘소유’개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회사 = 내 회사, 그런 ‘내’가 열심히 벌어서 직원들에게 일자리와 월급을 주고 있다”는 잘못된 소유 개념이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사한 폭력행위를 지속적으로 했지만 단 한 번도 문제되지 않았다는 학습효과가 폭력행위의 발생주기를 짧게 만들고 강도를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속 직원들은 직간접으로 이를 경험하면서 “내가 이러려고 이 항공사에 입사했나?”하는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일 회사가 행하는 위기 대응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3일 제주국제공항에 윈드시어(난기류)와 강풍 특보때문에 항공기의 이착륙이 계속 지연됐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수십 년간 경험했을 항공사의 직원들이 취한 대응방식이었다.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몇 번 지연사실만을 방송하고 문자 1개를 보낸 것이 전부였다. 인내심이 다한 일부 승객들이 문의할 때만 개인적으로 대응할 뿐이었다. 승객들로부터 ‘쓰레기 항공사’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대응은 조직적이지도 선제적이지도 않았다.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된 지연이니 해당 항공사의 잘못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있을 것이고,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승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나도 자명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헌데 직원들은 무대응에 가까운 수동적, 방어적 대응만을 하고 있었다.
항공사 직원들이 이러한 대응을 보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사경영자들이 그동안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면서 발생한 작은 실수나 문제를 ‘문제’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위기관리 매뉴얼도 완벽할 수 없다. 너무 다양한 위기가 독립적 또는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응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소소한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문책하게 되면 조직 구성원들은 자기보호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위기 현장에 있는 승객들에게 전이되고, 승객들의 분노는 다시 직원에게 향하게 된다. 위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피해가 악순환되고, 개선은 요원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사람보다 돈을 더 중시했고,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가 덕담이고 인사말이 됐다. 부를 소유하거나 대물림 받은 사업가들이 직원들의 몸과 영혼까지도 소유한 양 갑질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는 직장은 직원들이 감사해야 하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머물러야 하는 ‘헬직장’에 불과하다.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사람이 회사의 미래이고 가치이며, 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이며 원동력이다. 이들이 제공한 과거의 노동이 현재의 기업과 사회로 성장시켜 왔고, 현재의 노동이 미래의 더 나은 기업과 사회를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도 소비방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시적 분노만을 표출하지 말고,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하거나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 지속적 분노는 동일 또는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의식 있는’ 소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