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버리고 싶은 학위
차라리 버리고 싶은 학위
  • 오세열
  • 승인 2008.10.26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400여일 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대학 비정규직 교수들 그러니까 흔히 시간강사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대학 시간강사에 교원지위를 부여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시간강사의 삶이 팍팍하다.

이런 얘기가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닌데 여전히 삶에 변화가 없을까 시간 강사라는 제도에 대해 우선 대학교의 교원 시스템이 시간강사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이렇게 올라간다.

이중에서 시간강사만 비정규직이다.

1949년 제정한 교육법에 교원이었으나 1977년 유신정권이 강사를 시간강사와 전임강사로 구분해서 시간강사들은 교원지위가 박탈되었다.

그동안 시간강사의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법적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08학년도 시간강사 현황’자료에 의하면 2008년도 시간강사 평균 연봉(주당9시간기준)은 999만원으로 전임강사 평균 연봉4123만 8000원에 비해 약4배 정도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간강사의 시간당 강의료는 올해 국립의 경우 평균 4만3000(최대7만원 최저3만5000원) 사립의 경우 평균 3만4790원(최대9만 7000원 최저1만9000원)으로 실제 생활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시간강사의 수업부담률은 총수업의 3분의 1정도로 이들에 대한 대학의 강의 의존율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 됐다.

올해 개설된 31만6507강의의 92만 7627시간에서 시간 강사는 33.8%인 31만3196시간을 담당 하고 있었다.

전임교원은 54.9%인 50만 9859시간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 강사의 계약시간도 대부분 6개월 이내로 끝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007년도와 2008년도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을 볼 때 6개월 이내가 88.3%를 차지해 신분 불안의 요인으로 되고 있다.

대학당국은 이들을 ‘교수’라고 부르지는 않고 ‘시간강사’라고 부른다.

학생들에게는 교수나 강사는 전혀 차이가 없는 ‘교수님’이지만 대학사회에서 이들 사이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2007년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의 시간강사는 6만5399명으로 전임교수(5만5612명)보다 많다.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시간 강사 제도가 바뀌지 않은 데엔 인건비를 줄이고 ‘비정규직 고용’의 편리함을 놓지 않으려는 대학 측의 책임이 크다.

대학 졸업자 보다 평균 5년 이상 더 대학에서 일정한 수입 없이 공부를 해서도 직업에 대한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 강사는 노령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20-30대 시간강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사수료 후에 대학 강사가 타 대학에서 강의를 받을 경우는 주로 인맥을 통해서다.

이 바닥에도 학맥과 인맥에 따라 강의시간이 들쑥날쑥 한다.

역설적으로 대학 강사가 강의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연구할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다른 이처럼 나이 들어 자신의 밥벌이를 스스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의를 내 팽개치고 공부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박사 수료하고 학위를 받기 위해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강의수가 10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 대학 강사는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도움이 있어야 논문을 적성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2월 모교인 미국 텍사스 주립대를 딸과 함께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자살한 시간강사 한경선(44)씨 유서에 실린 ‘대학 쪽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악용해 계약을 유리하게 변경 적용했다’는 대목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이러한 이유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대학교원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학문 후속 세대의 단절은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대학붕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당국은 재정이 정 문제라면 교육 예산을 확충하고 사학 재단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려는 열의가 있어야한다.

국회에는 시간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이미 계류 중이다.

대학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의의 많은 부분을 점점 시간 강사로 채우고 이 때문에 비정규직 교수의 수가 점점 늘고 그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전임교수대신 강의하게 한다고 하지만 상당수의 사립대는 몇 백억 몇 천억이나 되는 자체적립금을 가지고 있고 대학등록금은 계속 올리고 있다.

이런 사회적 상항에서 대학 강사는 심리적으로 위축 된다.

이들을 지금처럼 방치 한다면 대학 교육의 질은 담보할 수 없을 뿐더러 자유롭게 지적 풍토의 확산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들이 바로 우리사회의 수준을 가늠 하는 척도다.

정부와 국회는 시간 강사들의 천막 농성이 하루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한다.

국제 수학상인 (필드 상)은 40대학자들은 수상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젊은 학자들의 활력을 중요하다’고 한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