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 수갑채워 이틀간 10시간 조사… 인권위 "경고 조치"
뇌경색 환자 수갑채워 이틀간 10시간 조사… 인권위 "경고 조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4.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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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뇌경색을 앓던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이틀간 10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경찰관에게 경고 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A씨 부인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B씨에게 경고 조치를 할 것을 소속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20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초 그는 뇌경색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이 작성한 A씨 신체확인서에도 그가 뇌경색·심근경색으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유치장에 넣을 때 어지럽다며 서 있기도 힘들어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A씨 부인은 남편이 뇌경색 등으로 약을 먹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경찰에 무리한 조사를 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불구 B씨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조사를 강행했다.

B씨는 A씨에게 수갑을 채운 채로 휴식시간도 거의 주지 않고 이틀간 세 차례에 걸쳐 10시간가량의 조사를 벌였다.

A씨는 경찰을 통해 전달한 약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수갑을 차야했다. 이는 소변검사를 받을 때나 조사 전 대기하는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2차 조사가 끝난 뒤 2시간도 되지 않아 3차 조사를 시작했고, 무리한 조사에 A씨는 결국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인권위는 "조사실 내 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계속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에도 불구, 그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B씨가 조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면서 "B씨는 건강상태를 알면서도 수갑을 채운 상태로 무리한 강압 조사를 해 A씨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A씨의 소변·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그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