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팽이를 돌리며 노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조금만 중심을 못 잡으면 이리 저리 움직이다가 쓰러져 버리는 팽이 탓에 당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팽이 중심을 잡으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 발표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보면 교육부는 팽이를 잘 못 굴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입 선발 시기 개편과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방법 전환을 골자로 하는 대입 개편시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절대평가 확대를 중심으로 한 방안에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국민 대다수가 이해할 만한’ 개편안을 내놓겠다며 발표를 1년 유예했다.
이후 교육부는 7개월 동안 교육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자문위원회의 연구와 자문, 국민 여론을 수렴해 이번 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방향과 윤곽을 내놓기 위해 유예기간까지 가졌던 교육부가 ‘열린 안’을 표방해 최선의 안을 결정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에서 논란이 된 주요 쟁점을 보수·진보 단체들이 주장했던 방안들을 총 정리해 놓은 수준의 시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보내며 사실상 결정권을 넘겼다.
1년 전 ‘국민 대다수가 이해할 만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던 교육부가 최적의 안에 대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공을 돌리고 물러선 것이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시안에 대한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벌써 ‘졸속 합의안’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위원 중에는 입시 전문가나 현직 교사가 전무한 데다, 대입 개편안 발표가 8월인 것을 감안하면 4개월 안에 모든 논의를 마쳐야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다.
극도로 변화무쌍한 교육현장의 상황을 잘 살펴 백년대계를 마련해야할 교육부의 이 같은 무책임한 태도는 한숨이 나오기 충분하다.
입시 정책의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정책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정책은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결국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아간다.
지금 교육부에게는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중심을 잡고 현장의 목소리를 잘 살펴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놓아야 한다.
입시 제도란 팽이의 주인은 교육부다. 주인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 팽이는 결코 오래 돌 수 없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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