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 피했지만, 뼈 깎는 고통 시작
STX조선 법정관리 피했지만, 뼈 깎는 고통 시작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4.12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년간 기본금 5%삭감·매년 6개월 무급휴직…노동자 임금 5년간 절반도 못받아
“정부와 채권단 STX조선 정상화 지원 나서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회생절차 신청계획을 철회하겠다 밝힘에 따라 STX조선은 재기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자구계획을 철저히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금 ‘정리’ 절차를 밟게 된다는 점에서 STX 노사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시작됐다.

11일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제출한 자구안이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감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회생절차 신청계획을 철회하는 동시에 향후 STX조선이 수주할 선박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공하는 등 금융 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산은의 결정에 STX조선 노사는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확약서를 통해 제출한 자구계획을 철저히 이행해야 하는 STX노사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확약서에 담긴 자구계획은 애초 요구받았던 희망퇴직·외주화 등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690명 중 500명을 내보내야 하는데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남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는게 노조의 판단이다. 즉, 노동자 누구 한명을 내보내기보단 고통을 분담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대신 5년 동안 기본급을 5% 삭감하고, 상여금도 600%에서 300%로 절반만 지급하는데 합의했다. 또 이 기간 매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해야한다. 이에따라 사실상 기존에 받던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합의한 자구계획과 함께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절감(생산직 인건비 75% 절감) 요구를 맞춰야 한다는 점도 노사에는 부담이다.

이를 위해 STX조선은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유휴 자산을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는 등 사업을 재편해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수주 보릿고개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나서고 있어 추가 수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야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산은의 결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정부와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등 향후 STX조선 정상화를 위한 영업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아울러 중형조선소 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또한 “국내 해운사들이 STX조선 등에 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