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3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 외에도 다스 비자금 횡령, 매관매직 관련 직권 남용 등 16가지에 달한다.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공개했다. 구속되기 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해둔 성명서를 구속기소 시점에 맞춰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은 나를 구속기소함으로써 이명박을 중대범죄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대상으로 만들었다”며 “‘이명박이 목표다’라는 말이 문재인정권 초부터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솔직히 저 자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한풀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제가 지고 가야 할 업보라고 생각하며 감수할 각오도 했다”고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건 아니다. 저를 겨냥한 수사가 10개월 이상 계속됐다. 댓글관련 수사로 조사받은 군인과 국정원 직원 200여명을 제외하고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무려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고도 주장했다.옥사란 살인이나 반역 등의 중대한 범죄를 다스리는 일이란 의미로 검찰의 기소가 정당하지 않은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과 검찰이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과 진실게임을 펼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16개 범죄혐의 중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오히려 세간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까지 검찰이 수사조차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에 더해 구치소에서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도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는 곤란하다며 검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대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당당히 검찰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공적인 조사는 피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때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들이 줄줄이 검찰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작태다. 정치 보복을 운운하며 검찰 조사와 재판을 보이콧하는 모습은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최고 권력을 휘두를 때 그런 방식으로 정적(政敵)을 제거하거나 정치 보복을 한 것은 아닐까. 최고의 권력자라고 해서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진실을 말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세간의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