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국선언 9473명 명단 '블랙리스트' 적용"
"박근혜 정부, 시국선언 9473명 명단 '블랙리스트' 적용"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4.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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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 A4 60페이지 분량 원본 문건 공개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 지원배제에 활용"
10일 서울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진상조사위가 입수한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서울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진상조사위가 입수한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근거자료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의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2015~16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과 관련해 불법적인 지원배제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점을 확인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근거자료로 활용된 것이 포착됐다. 진상조사위는 이를 뒷받침해줄 다수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알렸다.

이날 진상조사위는 자체 입수한 9473명의 시국선언자 명단이 담긴 문건 전체를 공개했다. 2015년 5월 출력된 이 문건은 A4용지 60페이지 분량의 원본이다.

공개된 문건은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594명) △세월호 시국 선언(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6517명)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1608명) 등 4개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이 명단은 2015년 4월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리·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를 받은 당시 청와대는 명단에 기재된 인원 전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문건을 전달받은 해외문화홍보원 실무자들이 출력본 형태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지원배제 여부를 검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문체부 내에서 문건을 관리했던 당시 예술정책과의 A사무관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시국선언명단이 단순 명단이 아니라 실제 블랙리스트로 실행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아울러 진상조사위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K-CON 2016 프랑스’ 사업과 관련해 최순실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부실심사를 거쳐 예산을 배부한 사실도 포착했다.

특히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의 규모가 컸고 해외에서 개최된 행사들이 다수였던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찰·검열·배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진상조사위는 전망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2015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양국 주요 도시에서 전시, 공연,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이 사업엔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고 최순실씨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의 문화예술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