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벌어지면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삼성증권의 배당착오로 인해 유령주식이 실제 거래까지 이뤄져 증권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증권사의 단순실수를 넘어 증권시스템은 물론 금융당국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오전 9시30분 우리사주 조합원인 직원 2018명에게 현금 배당 28억10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산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했다. 이후 직원 16명이 당일 오전 9시35분~10시5분 사이에 잘못 입고된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내다팔았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 주가가 한때 전일 종가3만9800원에서 약 12% 급락한 3만5150원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을 교란시켰다.
문제는 증권사 직원의 단순한 ‘팻핑거(주문실수)’에 증시시스템이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위기대응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태를 더 키웠다.
삼성증권의 주식배당 입력 오류는 하루 동안 내부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삼성증권이 배당 착오를 인지하고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도 37분이나 걸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담당 직원이 지난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한 뒤 6일 오전까지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대규모 주식착오 입고가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또 6일 오전 9시31분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 오전 10시8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 37분이 걸렸다. 이때 삼성증권 직원 일부는 회사의 경고메시지가 뜨고 매도금지 요청 뒤에도 잘못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 팔았다.
특히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삼성증권의 애널리스트가 포함돼 있어 더 충격적이다. 투자자에게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올바른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는 애널리스트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에 가담한 것이다.
주식이 잘못 입고됐으니 팔지 말라는 회사 측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령주식’을 매도한 주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시장 교란 가능성을 너무나 잘 아는 증권사 직원들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증권사 일부 직원이지만 그릇된 행동으로 시장이 교란돼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손절매 등 동반 매도한 투자자들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에서는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문제와 주식거래 시스템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상장 증권사는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잘못된 입력으로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발행주식 8900만주의 30배가 훌쩍 넘는 28억1000만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되어도 시스템 오류가 확인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는 우리 금융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금융 시스템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총체적 점검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