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경제수장까지 비판… 금융당국 ‘초긴장’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경제수장까지 비판… 금융당국 ‘초긴장’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04.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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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증권사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파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 분노를 자아낸다. 금융당국에서 확실하게 점검과 조치를 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개 금융회사의 실수를 경제수장이 직접 나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 사고로 삼성증권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초비상에 걸렸다.

금융당국은 사고가 터진 지 사흘(2영업일) 만에 즉각 현장에 달려갔다. 금융당국은 9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특별검사에 착수하고 11일부터 19일까지(7영업일) 추가 현장검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두 번에 걸쳐 특별검사와 현장검사에 나선 것 역시 흔치 않은 풍경이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내부 시스템 부실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통해 낱낱이 공개했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금융당국, 나아가 정부 책임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낱낱이 드러난 부실 시스템… 총체적 난국

금융당국이 밝힌 삼성증권 내부시스템은 말 그대로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주식배당 입력 오류 이후 하루 동안 내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이 지난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한 뒤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고 다음날 오전에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

배당착오 오류가 발생하고 나서도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6일 오전 9시31분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 오전 10시8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 데 37분의 시간이 걸렸다. 초 단위 싸움을 벌이는 증시시장에서 37분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은 회사 경고메시지가 뜨고 매도금지 요청 뒤에도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 중엔 애널리스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올바른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런 애널리스트가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에 가담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에 대해 대기 발령 조치했고 이후 감사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문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문제와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도 그대로 노출됐다. 우리사주 조합원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언제든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불똥 튀면 안 되는데”… 숨죽인 증권업계

삼성증권발 후폭풍이 이제 다른 증권사로 번지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모든 증권사를 집중 점검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금감원이 확인한 결과 4개의 상장 증권사도 삼성증권처럼 현금배당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침묵 속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추후 어떤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지켜볼 뿐”이라면서도 “다만 금융당국이 재발방지를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들었다. 지침 내용에 따라 필요하다면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증권 사태 이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장검사에) 나올 것이란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검사가 온다면) 내부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다만 내부 시스템과 관련해선 즉답을 피했다. 한 관계자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맞다”라면서도 내부 전산시스템에 대해선 “별도의 담당 부서가 있어 코멘트하기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 역시 배당 입력시스템과 관련해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