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직원들의 원활한 점심을 위해 점심시간 동안 은행 문을 닫아야 한다는 요구를 사측에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산업금융노동조합은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노조 산별 교섭 테이블에서 전직원이 점심시간을 동시에 사용하고 그 시간 동안에는 은행 업무를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교섭안을 사측에 제안키로 했다.
교섭안이 통과되면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교대로 업무를 보는 현재의 방식에서 시중은행들의 창구가 특정 시간에 한해 일시 중단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점심시간에 잠시 시간 내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이나 자영업자 등 고객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노조의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배성화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온라인, 스마트폰 발달로 오프라인을 이용하는 고객이 줄고 있는 추세고 실제로 은행창구를 이용하는 직장인들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직원들이 바쁜 업무로 인해 점심시간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고 식사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직원 점심시간 동시 사용은 은행직원들의 최소한의 노동환경과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소비자 불만에 대안으로 대다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대인 12시부터 오후 1시를 전후로 11시부터 혹은 1시부터를 은행원 점심시간으로 정해 동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노조는 오프라인 업무와 대면거래 비중이 줄었기 때문에 점심시간 동안 은행 문을 닫아도 소비자 불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타당성은 의문이다.
실제로 예·적금 신규가입·해약·상담, 개인대출, 외환 등과 같이 창구에서만 볼 수 있는 업무를 보기 위해 점심시간대에 고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은행영업을 중단한다는 노조의 요구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고 은행권의 최대화두인 고객중심 영업과도 맞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객들이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자산관리 상담 등 비대면이 어려운 업무를 보기 위함인데 실제로 상당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아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온라인뱅킹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창구를 찾는 직장인이 거의 없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일반화의 오류이고 사실과도 맞지 않다”며 “노조의 교섭안은 수요자의 현실과 어긋나는 것으로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와 소비자 간의 엇박자 행보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7년 금융노조가 근무시간을 4시30분에서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을 추진했을 때도 고객 불편을 생각하지 않은 노조의 일방적인 행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일각에서는 은행 직원들의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하는 협상을 중단하고 행원을 더 충원해서 일자리를 늘리도록 사측에 요구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고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아일보] 이혜현 기자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