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 다시 멈췄다. 4월 임시국회가 개의조차 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이다.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6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갖고 의사일정 조율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개헌 합의안 도출은 물론 추경안 등 논의해야할 민생 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6일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헌법 개정, 국민투표법 등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청와대 정무라인이 연일 국회를 방문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청년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4조원 규모의 추경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방송법 개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야 대치 전선이 더 확대되면서 꼬인 실타래 처럼 엉키고 엉켜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양승동 KBS사장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방송법 개정 문제에 불이 붙었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 MBC 등 공영 방송의 사장 선출에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 2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것으로, 야당 추천 이사도 찬성해야 사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것으로 정권 교체 뒤 법안 처리 불가로 선회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공조에 나서고 있지만 여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 법안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방송법 처리를 둘러싼 줄다리기로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여야가 4월 임시국회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9일엔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과 10일 대정부질문 등이 잡혀 있지만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개점 휴업 국회가 국민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여야간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은 직무를 유기하지 말고 조속히 국회 일정에 복귀해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추경을 지방선거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추경’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당의 뜬금없는 방송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연계 주장으로 국회가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강대강’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나 답답할 뿐이다. 국회는 지난 3월 임시국회도 소집해놓고 본회의 하루만 연 뒤 문을 닫았었다.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주요 민생법안 처리를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다.
쳇바퀴 돌듯 여야 간 공방이 길어진다면 4월 임시국회도 결국 ‘빈손국회’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민생을 얘기하면서도 당리당략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도만 키우고 있다. 여야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