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우리 정상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면서 신남방정책의 추진 방안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11월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 순방길에 발표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이 신남방정책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었다면 이번 베트남 방문은 신남방정책의 국별로 구체화하는 전환점으로의 의미를 지녔다. 향후 아세안 각국과 신남방정책의 협력파트너로서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아세안의 가치를 우리 정부가 인식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와의 교역관계나 투자 등 경제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마땅하고 당연한 방향이다. 특히 세계 통상환경이 자국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신흥국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변화이다.
2016년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우리나라 총수출의 39%를 차지해 미국,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할 때 주요 교역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한국의 교역구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이들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관계가 양국간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게 됐다. 따라서 교역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경제 및 외교협력 관계를 확장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최근 세계경제와 교역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신흥국의 세계 GDP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흥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2000년에 43%를 차지했지만 2018년에는 59.4%를 차지할 것으로 IMF가 전망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기존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신흥시장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야만 아직은 아니지만 이미 와 있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특히 2015년 말 경제공동체를 출범하고 인구 6억5000명, GDP 2조5000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을 형성한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경제 및 외교관계 다변화에 중요한 파트너이다.
다행히 신남방정책은 이러한 대외환경의 변화를 인식하고 과거의 시장 잠식형 진출 전략보다는 더불어 잘사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아세안 지역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양 지역의 상생번영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아세안과의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교류도 더욱 활발히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한다. 이를 통해 우리 진출 기업의 현지 지속가능성도 배양될 것이다.
그렇지만 신남방정책의 추진에 있어 여전히 개선할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신남방정책을 추진할 때 전체 비전을 제시하고 개별국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세안이 이미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즉 현재 베트남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교역 및 투자 관계를 아세안 역내 다른 국가로 확장하기 위한 다변화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다. 신남방정책의 추진이 아세안중심성(ASEAN Centality)을 해치지 않으면서 역내 보완적 관계의 형성에 기여하고 성장하는 역내 교역과 함께 우리 기업이 동반해 성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2025년에 새롭게 출범할 진화된 아세안경제공동체에 대한 대비가 될 것이다.
둘째,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별 전략을 마련할 때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국가의 사회, 문화, 경제 등을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한 지역연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각 국의 연구진과 형성한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 연구사업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
또한 양 지역 간 협력관계에서 잊혀진 네트워크는 없는지 과거의 사례를 되짚어 보고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돼 추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