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동자도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다
[기자수첩] 노동자도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4.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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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한때 ‘또 하나의 가족’이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삼성의 슬로건 중 가장 유명하며 굳이 설명이 없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가족’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삼성의 노동자들이다. 지난 3일 서울의  삼성 서초사옥에서는 금속노조 삼성지회와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노조가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노조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로 특별한 요구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은 경비직원을 앞세워 이들을 저지했다. 이들은 경비직원외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에 노조를 허용 할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방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삼성의 이런 태도는 노조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같은 날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탕정공장 근로자가 림프암 판정을 받고 요청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에 기업기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였다. 힘겨운 싸움 끝에 산재로 인정받은 故 황유미 씨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많은 삼성 노동자들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삼성과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 노동자들은 어쩌면 소비자보다 최우선적으로 삼성이 ‘가족’처럼 대해야 할 사람들이다. 하지만 삼성의 태도는 가족을 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노동자들을 ‘소모품’ 정도로 대하는 삼성의 태도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인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국정농단 2심 재판 후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그 사회적 책임에는 삼성 내에서 삼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도 포함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위상에 걸맞은 인식변화와 조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