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화수분, 금융업계 ‘나 떨고 있니’
채용비리 화수분, 금융업계 ‘나 떨고 있니’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4.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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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이 지난 2일 밝힌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에 이어 검찰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KB금융지주 임직원을 구속하면서 금융권 채용비리의 거대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특별검사단은 2013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당시 229명의 최종합격자 중 총 32명이 특혜 합격했다고 밝혔다.

32명의 특혜 채용자 중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등이 추천한 지원자가 포함돼 충격을 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류전형에서부터 ‘최종 합격’이라고 표시된 A씨는 서류전형, 실무면접에서 합격선에 크게 못 미쳤고, 합숙면접에서도 태도 불량으로 0점을 받았지만 최종 합격했다.

A씨를 추천한 사람은 ‘김○○(회)’라고 표시돼 있었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회’자가 회장 또는 회장실 추천으로 추정되지만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료를 검찰에 넘겼으니 다음부터는 검찰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3연임을 한 김정태 현 회장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 채용비리와 관련 “지원자도 모르고 지원자 부모도 모른다”며 추천사실을 부인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니 해당 시청에 입점한 지점장이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KB금융도 채용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종손녀와 전직 사외이사 3명의 자녀가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국민은행이 2015~2016년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의 정황을 포착, 임원급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지난달 검찰은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A팀장의 직속 상사였던 B상무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고 지난 4일에는 KB금융 HR(인력지원) 총괄 상무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고위직 임원급들이 잇달아 구속되면서 검찰의 수사 포위망은 ‘윗선’으로 좁혀지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검찰 수사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라고 답했다.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 KEB하나은행(13건), KB국민은행(3건),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 등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은행권 채용비리를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다.

대구지검은 대구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채용자료를 모두 압수수색해 추가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 인사부장 A씨를 구속했고 전·현직 인사 담당자 4명은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부산지검은 부산시 고위공무원이 부산은행을 부산시금고에 선정되도록 하는 대가로 채용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채용비리 수사의 칼날은 이제 제2금융권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5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긴급 회동에서 “제2금융권과 관련한 채용비리 제보가 들어와 있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