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글로비스 공정 분할 논란, 왜?
현대모비스·글로비스 공정 분할 논란, 왜?
  • 이정욱 기자
  • 승인 2018.04.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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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모듈·A/S사업부 글로비스로 떼줘…타당성 의구심
새우가 고래 삼키는 꼴…지배구조 개편 다른 목적 있나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모비스 위원회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정욱 기자)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모비스 위원회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정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간의 공정 분할에 대해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모비스의 핵심사업부 중 하나인 모듈과 AS부품 사업부 등 알짜 사업부를 인적분할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분할·합병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 계획에 따르면 모비스는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한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는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글로비스는 “튜닝 및 AS부품, 중고차, 탁송 등 후방 사업을 일원화함으로써 고객 통합지원 사업을 보다 다각적으로 수행함하고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 밝혔다.

두 회사의 매출구조를 보면 현대차 그룹의 이 같은 설명에 의문이 생긴다. 모비스 관계자에 따르면 모비스 사업은 크게 AS와 핵심사업으로 나뉘고 핵심사업은 핵심부품과 모듈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출 비중은 AS가 10~15%, 핵심사업이 85~90%를 차지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이번에 분할 결정된 사업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글로비스는 물류부문과 CKD(개별포장 수출 물류업무)가 87%에 이를 정도로 물류사업을 주류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개편안대로라면 부품 사업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부품분야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모비스에서 떼어내 물류업체인 글로비스에 넘겨주는 꼴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서 “글로비스는 사업 경쟁력에 있어 당분간 상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외 부문을 넘겨받지 못한 점은 맹점이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현대차 그룹의 ‘장밋빛 전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출자구조 재편과 지배구조라는 측면과 함께 오너일가의 경영승계라는 점을 빼놓고는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을 위한 ‘중요한 고리이자 실탄’이라는 세간의 시선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특히 해당 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준비된 개편안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사업 분할에 대해 “숫자만 놓고 보면 변동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자동차 공급망 총괄로 각 분야를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며 구체적인 사업 재편 이유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 쪽으로 문의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5월 자산 규모 218조6000억원(공정위 기준)에 달하는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졸속으로 만들었거나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개편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