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이어 현대차와 대립각 세우나
엘리엇, 삼성물산 이어 현대차와 대립각 세우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4.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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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1조원 주식 보유”…주주로서 입장 강조
부족한 주주이익환원 문제제기…48% 외국인 표심 흔들까 
(사진=김성화 기자)
(사진=김성화 기자)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과 대립각을 세웠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엔 현대자동차 그룹과 연결되고 있다.

4일 투자 자문사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에 10억달러, 한화로 약 1조500억원 이상의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인들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각 계열사별 기업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그리고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더욱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이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경영진 및 이해관계인들과 직접 협력하고 나아가 개편안에 대한 추가 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풀이하면 엘리엇이 '주주'로서 현대차 출자구조 재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엘리엇이 가진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밝힌 출자구조 재편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 시가총액은 3일 종가 기준 73조5000억원으로 이중 1조원을 가진다 해도 1.3% 수준에 불과하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서 “모비스 지분 중 관계사 지분이 30.17%로 분할·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비스는 오너일가 지분만 29.99%다.

하지만 2015년을 돌이켜 보면 엘리엇이 쉬운 상대라고는 볼 수 없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엘리엇은 일부 소액주주들을 설득해 주권을 위임 받는가 하면 삼성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해 합병 내내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또 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48%로 여겨져 엘리엇이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오는 5월29일에 열린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번 현대차 출자구조 재편 계획이 순환출자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울지라도 주주들 입장에서의 이익은 제시되지 않은 점을 문제제기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엘리엇이 언급한 로드맵이란 사업 분야가 아닌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