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정당간의 대진표와 출전선수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아직 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출전선수를 선발하는 방식과 대략 선발된 선수의 면면을 보니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각각의 정당이 공천자라는 이름으로 투표에 내보내는 후보자를 선발하는 형식으로 경선이란 방식과 전략공천이라는 방식을 쓴다.
그런데 한 때 민주주의의 금과옥조인양 공당이 추천하는 모든 공직후보자는 경선을 거쳐 내 보내겠다고 했었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마치 무슨 큰 선물이라도 주는 것인 양 생색을 낸 것이 어제같이 기억에 생생하다.
자기네 당원도 아닌 일반 국민까지 정당의 후보자를 뽑는 데 참여 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최고라고 강변하였다. 정당수뇌부의 전횡을 막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은 오로지 상향식 공천뿐이라고 하였다. 그 거룩한 뜻을 받들어 정당민주주의 부터 지키는 호위무사가 되고자 그랬는지 모르지만 당 대표라는 사람이 출연한 공천장에 찍을 도장 갖고 튀어라 라는 한 편의 정치코미디를 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의 거대 여당은 쫄딱 망해서 수장은 탄핵되어 감옥에 가 있고 당은 폐문 직전에 있는데 그 당사자는 당을 들락거리다 지금은 새로운 당 권력자 뒤에 묵묵부답으로 앉아 있다. 바로 그 당이 최고 권력자인 당 대표가 바뀌었다고 6.13 지방선거 후보자를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한다. 마땅한 지원자도 없고 다만 몇 자리라도 건져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뻔한 속셈이 보인다.
전략공천은 스스로 반민주로 돌아간다는 퇴행 선언이며 말 잘 듣고 맘에 드는 수하와 권력을 나누어 서로의 권력기간을 연장하겠는 속임수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공당에게 주어진 공직후보자 공천권은 당 대표에게 주어진 전유물이 아니다.
어제 국민경선을 외치던 정당이 돌연 전략공천으로 후보자를 내겠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전형적인 정치권력 나눠먹기다. 그렇다고 야당의 나눠먹기 전략공천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인기를 등에 업고 불공정 경선 쇼를 하는 집권여당의 태도도 문제다. 특정지역에 대통령의 복심을 심어 지역세를 넓히려는 이른바 동진정책도 속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지역에서는 대통령의 측근이자 복심이라 불리는 사람이 출마를 밝히자 지역에서 표밭을 갈던 예비후보들이 일사불란 우수수 퇴진하여 그를 돕겠다고 한다. 잇달아 드러나는 여당 후보자의 면면을 봐도 대부분 대통령의 거대한 권력나무아래 기생하는 잔솔가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부터 이 나라의 청와대가 겨우 행정관만 거쳐도 짧게는 수 삼년 길게는 십 여 년 이상을 그 지역에서 표밭을 일구며 노력하는 사람들을 제치고 곧장 단체장 등 공직에 나서는 공직후보자 권력사관학교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여당의 이러한 행태는 권력 나눠먹기가 아니라 아예 권력 나눠주기가 되기 십상이다. 여야의 정치권력 나눠먹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권력 이어먹기 조짐도 보인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빈자리와 함께 6.13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최소 10곳 이상이나 되어 미니총선이 될 기미가 보인다. 이 틈을 비집고 선대의 정치적 후광을 자산으로 금배지를 달려는 전직 대통령의 2세들의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들의 부친이 대통령이라고 하여 2세인 그들의 정치적 역량이 저절로 쌓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이유로 권력의 그늘에서 자잘한 재를 저지른 것들이 있으나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들이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며 정치권진입을 넘보는 것은 스스로 쌓은 정치적 능력이 아니라 정치권력 이어먹기에 편승하려 한다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기회는 누구나 같이 누려야 한다. 그러나 왕후장상에 씨가 있는가. 정치권력 이어먹기는 혼자 먹기 보다 더 나쁜 세습일 수도 있다. 하여 정치권력 나눠먹기 이어먹기는 더 이상 안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