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재난안전 문제에 있어 안전한 나라일까?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사회적 위상에 비해 여전히 일부 재난안전에 대해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9월12일 우리나라 지진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진도 5.8 규모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15일 진도 5.4의 지진이 경주에서 가까운 포항에서 다시 발생했다. 정부는 ‘더 이상 지진에 대한 대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긴박감을 갖게 됐으며, 건축물의 내진구조 적용범위를 2층 이상 또는 200㎡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고, 학교시설 등에 대한 내진보강 사업도 본격화 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기준 강화를 통한 신축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미 건설된 많은 건물들은 지진에 취약한 상태로 놓여 있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지진에 대한 안전 확보와 관련해 원인적 측면에서 보면, 크게 설계기준과 시공품질,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세 가지 과제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내진관련 구조설계기준을 대폭 강화해 적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설계 및 시공된 많은 건물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지진에 충분히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새로운 내진보강기준에 준해서 진단 및 보강을 통해 건물의 내진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관공서, 학교, 병원 등의 공공성을 갖는 건축물은 대규모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재난 수습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내진성능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주택, 상업건물 등의 민간건축물에 대해서도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내진성능 개선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시공품질의 문제다. 설계를 아무리 잘 해도 도면과 시방에 맞게 정확한 시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물의 구조적인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실제 포항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많은 건축물에서 설계도에 표시된 만큼의 충분한 철근이 배근돼 있지 않은 경우가 발견됐다. 이런 문제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공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규모의 공사라 하더라도 감리를 철저하게 해 부실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필로티형식의 건물로 설명할 수 있는 건설업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이외에 가장 많이 지어지고 있는 필로티형식의 건물들은 무허가 건축업자나 건축업자가 면허를 빌려서 짓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건축물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역주택업자들이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부실시공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힘들뿐만 아니라 감리도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건설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모든 건설업 진입을 일정자격을 보유한 허가업자로 제안할 필요가 있으며, 소규모 공사에 대한 실질적 품질확보가 가능한 감리 및 검사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
한편 대응적 측면에서 보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반도는 대륙판의 경계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일본과 같이 진도 7~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진도 6.0 이상 지진이 발생할 확률도 크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그 영향이 한반도에 미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현재 발생한 큰 규모의 지진이 대부분 단층작용에 의해서 발생했고, 한반도 남쪽에 치우쳐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따라서 한반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내진보강 사업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신규 필로티형식의 구조물은 금지하고 지자체에서는 이미 지어진 필로티형식의 건물과 노후건물에 대한 내진진단 및 보강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연차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포항지진 발생으로 표면화된 정부와 지자체의 미흡한 대응체계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재난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지진발생 초기에 피해조사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 해 후속조치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건물피해조사에 있어서도 상부에 들어난 부분만을 조사해 건물기초부분의 조사가 미흡했던 문제가 있다. 이런 현상은 공공의 영역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민간전문가들의 재난대응 참여가 일반적이다. 또한 이재민에 대한 대피소 운영과 대피소로 활용된 체육관의 안전 확보, 이재민 생활안정지원 등에서 나타난 미흡한 사항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사항이다.
/김정곤 한국재난정보학회 재난기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