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채혈보조기 재사용해 환자 간염 감염돼 사망
홍콩서 채혈보조기 재사용해 환자 간염 감염돼 사망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04.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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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사례… "재사용 채혈 보조기 사용 금지해야"

홍콩 병원에서 환자가 채혈기에 묻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8월 홍콩의 한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간 이식 수술 환자(58·여)가 작년 12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병원 측이 홍콩대 미생물학과 위안궈융(袁國勇) 교수 주도의 조사팀을 꾸려 환자의 감염 경로 조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이 환자는 채혈 과정에서 채혈기에 있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혈 과정에서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환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채혈기의 주삿바늘은 일회용으로 채혈 후 즉시 버리지만, 주삿바늘 부분과 이어진 채혈 보조기는 재사용한다.

사망 당시 환자 채혈에 쓰인 채혈 보조기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 병원에 입원한 남성 마약중독자의 혈액이 극소량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 교수는 "두 사람이 별도의 병실에 입원했고, 상호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없었다"며 "두 사람을 이어줄 유일한 연결고리는 바로 재사용된 채혈 보조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병원 측은 즉각 채혈 보조기를 일회용으로 교체하는 한편, 사망 환자와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 58명에 대한 추적 조사도 벌이고 있다.

홍콩 보건 당국도 공공병원에 재사용 채혈 보조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일회용으로의 교체 작업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홍콩 환자권익협회는 "일회용 채혈 보조기를 사용했다면 환자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계 의료계는 당장 재사용 채혈 보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