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악몽이… 불산 누출 KAIST 또 안일대응 ‘도마’
1년전 악몽이… 불산 누출 KAIST 또 안일대응 ‘도마’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04.0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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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진에만 안내 문자…학생들에겐 공지조차 안해
학교측 "불산 검출 안돼 안전한 것으로 확인" 해명

지난달 3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관련, KAIST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KAIST 측에 따르면 30일 오후 2시43분께 정보전자동 4층에서 불산으로 추정되는 화학물질이 누출됐다. 청소근로자 A씨는 '불산'이라고 표시된 플라스틱 용기를 발견했지만 청소용 락스로 오인, 다른 락스 용기에 붓는 과정에서 락스와 불산이 화학반응해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응급실로 옮겨졌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문제는 학교 측의 미흡한 대응이었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전기및전자공학부 행정팀은 전자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전자동 각 랩은 가급적 조기 퇴실을 권장드린다'고 안내 문자를 보냈다. 전자과 학생들은 물론 주변 학과생들조차 밤 늦도록 안내 메일이나 문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이날은 KAMF(카이스트 아트&뮤직 페스티벌) 행사로 인해 다수의 대전 시민들이 KAIST를 방문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안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불산 유출 사실을 알게된 KAIST 학생들은 온라인 재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평소에 학교 홍보 문자는 귀찮을 정도로 발송하면서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연락망이 활용되지 않았다"는 등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재학생은 "조기 퇴실이 권장되었던 공간에 학생들이 방치됐다"며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에 있어서 과연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스디렉터로 현장을 측정한 결과 불산 불검출(0.0ppm)되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KAIST는 지난해 7월 'TMAH'(수산화 테트라메틸 암모늄)이 누출될 당시에도 안일한 대응으로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학교 측은 실험실 밖에 '화학약품 누출 안내문'을 붙이고 이상 증상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내 방송이나 대처요령 안내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