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서 이자도 감당 못하는 ‘좀비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진즉에 시장에서 퇴출됐어야 마땅한 한계기업이 저금리 기조에서 빚으로 연명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한계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이 2016년 말 기준으로 3126개로 분석됐다. 이는 외부감사대상 비금융법인 기업의 14.2%에 달한다. 2015년에 152개가 감소했지만 폐업으로 제외된 기업이 크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한계기업 증가세는 2010년 이후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한계기업의 23.4%(504개)는 최소 9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이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며 버티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계기업들은 2011년 이후 부채가 3조4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한계기업들이 정상 기업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부분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적자기업이다. 영업적자는 자본잠식으로 이어져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이런 탓에 정상 기업으로 전환되더라도 다시 한계기업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한계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신용공여 규모는 대출채권 88조7000억원을 포함해 총 122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한계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고 앞으로도 몇 차례 금리인상이 현실화 될 예정이다. 더 이상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이 허용되지 않는다. 좀비 연화처럼 다른 산업까지 좀비로 전락시키는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이제 금융당국이 나서서 한계기업 퇴출의 고삐를 죄어야 할 때다.
한국GM과 금호타이어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중이다. 당장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 정부차원에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호남과 인천, 경남지역의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벼랑으로 내몰겠냐는 노조의 노림수도 보인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기업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 살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 축소 부담과 지역 여론을 의식해 결단을 미루다보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놓은 소득주도성장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으로 인한 소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져 다시 일자리를 마들 수 있다는 경제 선순환 구조에서 출발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만들기이다. 하지만 ‘그저 그럼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적은 아니다. 당장 고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속적 고용이 가능하고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소득수준을 갖춘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은 그 출발선에 있다. 이익창출이 불가능해 차입경영에만 의존하는 한계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