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유한국당, 무엇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가
[기자수첩] 자유한국당, 무엇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가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3.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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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2일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어진 대선에서 참패한 데 대한 반성의 장으로 마련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촛불 민심’에 호된 꾸지람을 들은 자유한국당은 국민과의 소통 부족, 사회적 흐름 오판 등의 실수를 자책하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는’ 수준의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9개월여가 지난 올해 3월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세월호 7시간’동안 집무실이 아닌 침실에서 늦은 보고를 받았으며 당일 행적을 조작했다는 충격적인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날 나온 자유한국당의 논평이었다.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 든 사람들은 석고대죄해야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몇몇 관계자들에게 지시한 것 외에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 7시간의 난리굿을 그리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며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표현했다.

반성하겠다던 그들의 ‘적반하장식 논평’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뒤늦게 논평을 취소한다고 밝혔지만 한번 뱉은 말을 주어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법을 배운다. 인간은 이러한 도덕적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써 기능한다는 점에서 짐승과 구별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고 사회적 흐름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혼자 들판을 누비는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논평이 그렇다. 아이들이 재난속에 목숨을 잃어갈 때 박근혜 정부는 손을 내밀지 않고 방관했다.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위를 두둔한 이번 논평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은 잔인하고 짐승과 같은 논평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본인을 ‘들개 조련사’로 소개하며 ‘들개의 정신’으로 당을 이끌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에 되묻고 싶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짐승이 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