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안전강국으로 가는 올바른 선택
[독자투고] 안전강국으로 가는 올바른 선택
  • 신아일보
  • 승인 2018.03.28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천소방서 이규원

삶은 간단하게 B와 C와 D로 정의 할 수 있다. Birth(탄생)와 Death(죽음), 그리고 그 사이 Choice(선택). 탄생이라는 출발역에서 죽음이라는 종착역까지 그 사이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이 있으며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운명이 결정된다.

과거 유명한 두 남자가 있었다.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 두 사람은 1911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조건 속에 세계최초 남극점 도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여 아문센은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반면, 스콧은 그의 동료들과 함께 그 추운 곳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비슷한 환경 속에 무엇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었을까? 그들은 준비하는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아문센은 남극의 혹한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생존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에스키모인의 경험을 받아들인 탐험계획을 선택한 반면, 스콧은 특유의 자존심으로 원주민 경험은 무시한 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탐험계획을 선택한 것이다.

이렇듯 비슷한 환경에서도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길이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모든 안전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작게는 집집마다 소화기나 주택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하고 크게는 복잡한 소방설비나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또한,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해 소방서를 설치하고 소방인력을 늘리기도 해야하는데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 ‘비용’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의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그 기회비용이 크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안전’이라는 기회비용 대신 ‘편리’ 또는 ‘안전불감증’이라는 기회비용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전’이라는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2017년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선 화재 4만3000여건, 구조 75만6000여건, 구급 267만7000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매년 국민 13명 중 1명은 어떠한 사고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남영호 침몰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그랬으며 최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요양병원 화재에서도 안전대신 돈을 선택한 결과, 소중한 생명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 그리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 등 물질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었다.

이런 사실을 본다면 소방시설이나 소방인력 등 안전에 대한 투자의 기회비용이 사고로 인한 피해의 매몰비용보다 매우 작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결코 아까운 것이 아니다.

남극의 혹한에서 쓰러져간 스콧의 마지막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날씨 운이 끔찍하게 안 좋다. 우리 팀에게 할당된 몫의 불운보다 더 많은 불운이 닥치는 것 같다.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크다니!”

사고는 누가 언제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를 단지 불운으로만 여기며 쓰러진 스콧의 운명이 될지, 아니면 올바른 선택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아문센의 운명이 될지... 안전강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홍천소방서 이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