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미·중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최종 서명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도 중국의 보복을 받을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두 강대국 싸움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양국의 무역전쟁으로 자칫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의 20%, 전체 수출액의 5%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대중국 수출액(1421억2000만달러) 19.9%, 지난해 기준 총수출액(5736억9000만달러) 4.9%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피해를 크게 입는 분야는 전기장비와 IT, 유화산업 등이 꼽혔다.
대미 수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미수출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이는 단기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주식과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인 한국에서 자금을 빼 주요 선진국에 투자하는 ‘바이 코리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뜩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된 상황에서 미·중 리스크까지 겹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훼손은 불가피하다.
설상가상 미국의 관세 정책도 우리에겐 불안한 이슈다. 미국은 한국을 철강 등 관세 유예국가로 포함시켰지만 유예기간은 4월까지다. 언제든 추후 협상이 삐걱되면 미국은 일방적으로 우리나라를 관세 국가로 이름에 올릴 수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왜 시작되었는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자국의 내수가 쪼그라들면 한국 등 주변국과 약소국이 다음 타깃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쉬운 점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리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무역전쟁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길 바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물론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인도와 아세안, 중동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규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수출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는 노력을 병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 플랜이다. 당장 노력한다고 해서 단기간 내 수출 실적이 개선되긴 힘들다.
과거로부터 미래를 배운다는 말이 있다. 고종은 강대국에 의존하다 나라를 잃게 한 조선의 마지막 왕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청일전쟁에서 청나라 편에 섰다가 일본에 당했고 뒤늦게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다 명성황후마저 잃었다. 삼국시대에서 가장 약소국인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배경은 늘 강대국을 견제하며 국방을 튼튼히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