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조사자 증언·진술 등 일관, 유죄 인정"
지난 2000년에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 김모(37)씨가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사건이 발생한지 18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들의 증언과 김씨의 친한 친구인 임모씨의 진술이 증거능력 요건을 갖추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적인 잘못이 없다"며 "객관적 물증이 없다고 해도 조사자 증언과 친구의 진술, 그밖의 증거 등을 종합할 때 유죄를 인정한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의 친구인 임씨는 수사개시 전부터 김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여자친구 등에게 말했고, 김씨도 수사개시 후 자백을 번복하기 전까지는 범행사실을 시인했다"며 "범행 상황에 대한 김씨의 자백은 피해자의 무전 내용과 범행 현장 상황, 상해 부위와 정도 등과 구체적으로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택시 뒷자석에 타 금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택시기사 유모씨를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조사한 검찰과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김씨가 아닌 최초 목격자였던 최모(34)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16세에 불과했던 최씨 상대로 강압수사를 벌인 수사기관은 그의 자백을 받아내 재판에 넘겼고, 최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듣고 재조사에 착수했다. 김씨 친구인 임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김씨가 피 묻은 칼을 들고 집으로 찾아왔고, 내가 칼을 숨겼다가 나중에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씨를 긴급체포한 뒤 범행 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김씨와 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그 사이 김씨와 임씨는 정신병원에 합께 입원한 뒤 "경찰에 자백한 것이 이혼한 부모에게 고통을 주고 관심을 끌기 위해 꾸민 허위자백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은 결국 2006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최씨는 만기출소 후인 2013년 "경찰의 폭행과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 받고 살인 누명을 벗었다. 검찰은 곧바로 김씨를 체포한 뒤 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범행에 사용된 칼 등 객관적 물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술'만으로 유죄를 판결할 수 있는지였다. 김씨의 범행을 진술한 임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김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 및 재판에서 "지인과 재미로 각본을 짜듯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며 "부모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를 토대로 경찰 조사에서 허위자백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증인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다른 증언들과도 부합하고 있는 점, 목격자 진술과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일치한다는 법의학자의 소견 등을 고려해 김씨의 강도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 사건은 작년 2월에 개봉했던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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