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리 없는 살인자' 미세먼지, 범정부 대응책 마련해야
[기자수첩] '소리 없는 살인자' 미세먼지, 범정부 대응책 마련해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3.26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을 자주 보지는 않지만 언제 파란 하늘을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침 출근길에 보이는 건물이 조금만 흐릿해도 이게 미세먼지 때문인지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낀 건지 구분 못할 정도이니 말이다.

꽃샘추위가 물러간 24, 25일은 휴일인 데도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대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매캐하게 전국을 뒤덮어버려 봄을 즐길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오후 4시까지 서울 초미세먼지의 일 평균치는 ㎥당 103㎍을, 경기도는 110㎍을 기록하는 등 평소의 3배를 뛰어 넘었다. 이를 미세먼지 예보 단계로 보면 ‘매우 나쁨(101㎍/㎥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인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2015년 국내에서 초미세먼지를 공식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인데, 지금까지 서울에서는 지난해 12월30일 95㎍/㎥, 경기도는 지난 1월16일 100㎍/㎥가 일평균 농도로는 가장 높았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연이어 터지자 환경부는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긴급 조치에 발 벗고 나섰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도로청소차를 투입하고, 공공기관 대기배출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전국 지자체에 요청했다.

또 27일부터 초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일평균 50㎍/㎥에서 35㎍/㎥로, 미세먼지 예보기준도 ‘나쁨’은 기존 51~100㎍/㎥에서 36~75㎍로, ‘매우 나쁨’은 101㎍/㎥에서 76㎍ 이상으로 강화키로 했다.

사실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자체나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다.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운행, 노후 경유차 폐차, 미세먼지 다량배출 사업장 단속 등이 그렇다.

하지만 근본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세 번 실시하고 종료시킨 서울시의 ‘미세먼지 악화 때 대중교통 요금 면제’ 정책이 대표적이다.

대중교통 세 번 공짜 운행에 혈세 150억 원이 들었지만, 사실 교통량은 1% 안팎 줄어드는 데 그쳤다.

찔금찔금 내놓은 미봉책으로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을 되찾을 수는 없다. 국민의 환경문제 인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천·지속 가능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처방을 마련해 더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