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주고 鐵 쿼터…‘이익 균형’ 과연 맞나?
車 주고 鐵 쿼터…‘이익 균형’ 과연 맞나?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3.26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등 美측 입장 상당 반영
철강 대미 수출 지난해 74% 수준…관세 대신 쿼터
철강 관세·한미 FTA 한국경제 두 복병 제거는 성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지부진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에 대해 한미 양국 간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 

2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한미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초기단계에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우리 측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조했지만 농축산물 제외,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불가, 기 철폐 관세 후퇴 불가와 같은 레드라인을 명확히 설정 후 가능한 좁은 범위에서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전략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금번 합의를 통해 철강면제 여부와 한미 FTA 협상이라는 두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화두가 된 것은 단연 자동차 분야다. 트럼프가 후보시절부터 꾸준히 자국의 자동차 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워온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작년 한국 대미 무역흑자의 74%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어서 미국의 한국 시장 접근 요구를 일부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기존 협정에서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한 내용은 이번 합의에서 오는 2041년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연간 5만대까지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 수입만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2021년 이후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기로 했다. 

또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상한 확대, 휘발유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 절차·방식 개정도 합의했다.

아울러 한·미FTA 개정협상의 ‘스모킹건’이었던 철강 관세 부과도 면했다. 대신 미국의 우려 해소 차원에서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지난해의 74% 수준으로 줄인다. 한국 등 주요 수출국을 다 면제하면 당초 미국이 관세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인 2017년 대비 철강 수입 37% 감소가 불가능하다는 미국 측 판단에서다. 

쿼터는 2015~20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톤의 70%인 268만톤으로 지난해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다만 수출 물량은 품목별로 차이가 있다. 판재류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지만 다른 주력 품목인 유정용강관 등 강관류의 경우 2017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는 한미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부당한 수입규제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미국의 무역구제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반영했으며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과 관련해서는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추가 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실리를 확보했다”며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한 뒤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 요청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