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슈퍼주총… 반전은 없었다
[기자수첩] 금융권 슈퍼주총… 반전은 없었다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3.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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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가 몰린 2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과 KB금융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여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예상대로 대이변은 없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총 전부터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두고 금융당국, 노조와 마찰을 빚었음에도 주주들은 김 회장에게 무려 84.6%의 압도적 지지를 표했다.

이로써 김 회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3연임에 성공한 역대 세 번째 국내 금융지주 회장으로 기록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김 회장의 사내이사 단독선임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돼 김 회장의 단독체제는 더욱 공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나금융의 채용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와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의 검사가 삼엄한 상황에서 김정태 회장 체제는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금융당국과 날을 세운 금융지주 회장이 무사히 임기를 마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2009년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지만 당국의 고강도 검사가 계속되자 자진 사퇴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도 2010년 4연임에 성공했지만 그해 10월 금융감독원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를 내리자 자진 사퇴했다.

만일 김 회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노조와의 관계개선도 시급해 보인다.

하나금융 노조는 주총 전부터 김 회장의 3연임을 셀프연임으로 규정하고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후에도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이 최고 경영자로서 적합한지 여부는 향후 금융당국과 사법기관에 의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지주 주총에선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됐다.

KB금융 노조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며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반대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이에 가세해 금융권 최초의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그밖에 노조가 제안한 낙하산 인사 방지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한 정관변경안 두 건도 모두 부결됐다.

현재 금융권은 전례 없는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으며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향한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특히 말 많고 탈 많은 사외이사 선임절차와 부실한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오래된 고질병으로 남아있다.

자정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은 이미 증명됐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해선 전문성과 도덕성을 두루 겸비한 새로운 인물들이 유입되고 외부 감시망도 강화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변화의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반전 없는 주총의 결말은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