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직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에게 5000억유로(한화 660억원)의 불법선거자금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21일 피의자가 신분으로 다음날 체포됐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대선을 치르고 2008~2013년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르코지가 체포된 다음날 피의자로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기간 100억원대의 뇌물수수, 재임기간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불법댓글 관련, 다스 실소유주 관련 등의 주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르코지는 카다피의 친인척과 주변의 말뿐이라며 증거 없는 조작임을 주장하고 있고, 이 전 대통령도 적폐청산을 빌미로 벌이는 정치공작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오다 결국 3평 남짓한 구치소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결국 두 전직 대통령들의 혐의가 드러나게 된 데는 권력을 잡을 당시 조력했던 측근들의 진술이 주요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국 국민들은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발전시켜온 동서양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정권의 최고 권력자들의 비민주적 스캔들이 21세기에 나왔다는데서 참담 할 따름이다.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도 정권의 눈치나 여론에 밀려 무리한 수사를 벌이지 말아야 할 것이며, 법리적으로 정확하게 따져 명명백백히 그 진위를 밝혀야 한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조선시대 사화도 이보다 더하지 않았다”거나 “이런 식의 정치보복이면 전직대통령 중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있겠나”며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니 이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두고 정치보복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일로 우리는 23년 만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함께 수감되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게 됐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들은 권력과 부의 왜곡된 사회적 관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씁쓸하다.
랑스강렐릭트(Landsgagneligt)는‘스웨덴을 위한 향상’이란 뜻으로 스웨덴 발렌베리 재단이 하는 일을 함축하는 말이다.
발렌베리 재단은 160여년전, 금융업으로 시작해 현재 340조의 가치에 달하는 기업들을 소유한 발렌베리 가문이 운영하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그 소유기업들이 스웨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재벌가이며, 5대째 세습경영을 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경영인이 세계1000대 부자에 명단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이들은 재단을 통해 특히 기초과학분야에 기업의 이익을 환원해 스웨덴 경제와 사회 발전의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한다.
‘Esse, Non Videri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이 후세 경영인들에게 이어져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고, 부를 쌓지 않고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유독 사회 환원을 외치는 정지인과 기업인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지금 스웨덴의 모습이 있기까지 돈의 권력을 가진 한 재벌가가 보여준 점이 와 닿는 대목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 재벌은 특권의식을 가지는 대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이라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권력을 위한 권력을 쫓고, 부의 축적만을 추구하는 재벌이 권력과 손잡을 때 사회는 후퇴하고 그 고통의 몫은 오롯이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이 기회에 그야 말로 이 사회에 ‘적폐’라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정리해 보자. 자정과 변혁의 계기를 통해 부와 권력이 자기들만의 자전시대를 끝내고 사회로 선순환 되는 ‘품격 있는 부와 권력’의 시대가 열리기를 국민들은 간절이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