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발발 위기감이 커지면서 한국경제에 미칠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미·중 양국과의 교역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주변국들의 보호무역주의를 초래해 세계통상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말릴 수도, 피할 마땅할 방법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1030년 미국 스므투-할리 관세법 이후 가장 강력한 무역제재다. 스무트-할리 관세법은 외국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했지만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의 경제위축으로 미국상품의 외국수출 감소로 이어져 대공황의 장기화를 초래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격에 대해 ‘매우 악랄한 선례’라고 힐난하면서 즉각 대응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미국산 신선·건조 과일, 와인, 강관 등 120개 품목에 15% 관세를, 돈육,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부과대상으로 밝힌 품목의 수입규모는 30억달러로 미국의 500억달러의 6%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미국의 주요 농산물 생산지역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표밭이어서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 정밀타격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문제는 G2의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한국경제다. 옛말처럼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인 것이다. 당장 미국이 서명하고 중국이 응전 의지를 다진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79.26포인트나 떨어진 2416.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런 낙폭은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채무위기로 94.28% 급감했던 2011년 11월10일 이후 6년4개월여 만이다.
당장 중간재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의 입장에 설수도 없는 입장이거니와 뾰족한 대책을 찾기도 애매하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통상 현안이 많아 운신의 폭이 좁고 중국은 ‘사드 보복’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중국 관세 압박은 중국의 수출량 감소로 직결된다. 미국의 고율관세로 중국의 미국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대 중국 수출도 급감하게 된다. 철강, 자동차 부품, 화학원료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인 중간재의 중국 수출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통상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시장 다변화와 서비스 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방안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WTO 등 다자체제를 통해 국제규범과 자유무역 원칙 등을 강조해야 한다고 추고한다. 호주와 캐나다 등 자유무역을 잘하려는 국가들과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압박하는 경우 우리도 보복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당장 무역 보복을 나설 방법은 없지만 언제까지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