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캥거루족 양지로 보낼 정책 시급하다
[데스크 칼럼] 캥거루족 양지로 보낼 정책 시급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8.03.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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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사회부 부국장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을 졸업해 취직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살거나 취직을 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캥거루족은 캥거루 새끼가 어미 캥거루 배 속에 달린 주머니 안에서 자라는 것을 빗대서 부모의 집에서 살면서 부모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유하는 용어만 다를 뿐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유럽 등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용어가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돈이 급할 때만 임시로 취업을 할 뿐 정규 취업을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프리터(freeter)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독립할 나이가 된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려는 부모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린 2001년 영화 ‘탕기 (Tanguy)’의 제목을 그대로 따서 ‘탕기’로 부른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맘모네(mammone),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키퍼스(kippers),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와 우리를 서글프게 하고 있다.

직장인 5명 가운데 약 2명은 스스로 이른바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고정수입이 있는 직장인 12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36.7%가 자신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서 사는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월급이 적어서’라는 응답이 6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목돈 마련을 위해서(31.7%), 지출이 커서(16.7%), 빚이 있어서(15.9%), 풍족한 생활을 위해(14.5%) 등이 뒤를 이었다. 부모에게 지원받는 부분은 ‘주거’가 69.9%로 가장 많아 높은 집값이 직장인들의 자립을 방해하는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제적 지원을 받는 직장인 가운데 78.8%가 부모와 동거 중이었고, 이들 가운데 60.8%는 동거의 이유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모에게 지원받는 금액은 월평균 3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10만원 미만이 29.8%로 가장 많았고, 20만~30만원 미만(19.9%), 10만~20만원 미만(15.6%), 30만~40만원 미만(10.2%), 40만~50만원 미만(8.9%) 등의 순이었다. 

이 같은 조사는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초혼 시기가 점점 미뤄지면서 성인이 된 자녀에게까지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는 부모가 증가했음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성가족부의 가구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세대와 기혼자녀가 함께 사는 2대 가구는 4.4%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다 큰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효심으로 아름답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더해 캥거루족을 단순 청년층에게 지워진 개인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캥거루족과 함께 지내는 부모 세대의 노후가 자칫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애지중지 키워 놓은 자식이 노후준비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셈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캥거루족은 개인, 가족의 문제를 떠나 우리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이러한 현실을 대처할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불안한 경기가 낳은 우리사회의 단면인 캥거루족, 더 이상 숨겨야 할 내 자식만의 또는 내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함께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 캥거루족을 힘차게 응원해 이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김종학 사회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