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21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1.5~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정책금리 상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1.5%를 넘어서면서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가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에 역전됐다.
이에 정부와 관계기관은 22일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연준의 3월 FOMC 결과와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약 85%를 차지하는 주식자금은 국내경기상황과 기업실적 전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15%인 채권자금은 주로 주요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등 중장기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사실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가계·기업 대출자들의 충격 두 가지다.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투자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당장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과거 두 차례의 금리역전 때도 대규모 자금유출이 없었다는 경험치도 근거가 됐다. 여기에 최근 달러화 약세 현상도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우려하는 진짜 이유는 미국 정책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우리 시장금리의 흐름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도 우리 시장금리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선반영해 크게 오르곤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6%대였던 한국 3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2.28%대까지 올랐다. 2.2~2.4%를 오르내리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올해 2.8%를 넘어서자 함께 상승한 것이다.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이 무색할 만큼 시장금리는 연준의 결정에 따라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금리의 완급조절이 쉽지 않아 미국발 기업·가계부채가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당장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150만 한계가구가 빚진 209조원의 부채와 한계기업이 가진 121조원의 부채가 금리인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가 오르면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는 4조7000억 원 늘어난다고 한다. 여기에 가계부채의 70%가 변동금리라는 점을 상기하면 얼마나 금리인상에 취약한 구조인지 알 수 있다. 결국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한국경제에 불어 닥칠 후폭풍이 얼마나 클 것이지 내다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간의 정책금리 역전이 한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심각한 수준이다. 1500조원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계가구는 물론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는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켜 되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가 4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경기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서너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의 속도와 격차를 잘 예측해 우리 경제 회복에 필요한 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모색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