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자신을 사랑하고 알아가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생애 초반에는 자아를 확장시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체험을 이어가며 인생의 후반부에는 자기(Self)를 실현해 자아(Ego)를 찾으려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아를 찾는 해답, 그것은 본성에 녹아 있는 진정한 나와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단일한 자아가 아닌 다양한 인격 요소를 갖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면에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자기 모습을 다르게 드러내는 것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나’라는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나 한결같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일을 잘 하는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자기 개념(Self Concept)이 다양할수록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한 사람이다.
매일 밤 늦게까지 일만 하고, 퇴근해서도 회사 일을 마음속에서 떨쳐 버릴 수 없다면 자기 개념은 단조로워진다. 이렇게 살면 ‘나’라는 사람은 ‘회사원 OOO’으로만 개념화 돼 버린다. 이런 사람은 일이 조금만 잘못돼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감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회사원 OOO’으로만 과도하게 융합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자기를 직업과 동일시하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번아웃(Burn Out)되기 쉽다. 회사원 OOO만이 아니라 ‘좋은 남편, 다정다감한 아빠, 이야기 잘 들어주는 친구,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처럼 다양한 자기 모습을 가진 사람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덜 지친다.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가더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얻는다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하는 일도 많아졌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래서일까? ‘단순하게 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니, 단순하게 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살면 당장에는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쉽게 말하기는 힘들다.
자기 정체성을 단순하게 만든다든가, 단순하게 살겠다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너무 단조롭게 해 버린다든가, 새로운 경험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지 않고 매번 하던 일만 반복한다면 마음의 저항력은 점점 약해진다. 자기 정체성이 단순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이 메말라 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마음 편히 살려면 자기 개념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자기 이미지(Self Image)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살아가면 안 된다. 단순한 삶이 아니라 ‘삶을 조금 복잡하게 만들어도 괜찮다’라고 여겨야 한다. 일 때문에 바빠도 짬을 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평소 듣지 않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도시의 골목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해야 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자극을 받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도 더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