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철강 '주고받기' FTA 셈법 복잡
車-철강 '주고받기' FTA 셈법 복잡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3.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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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日·獨 복병” vs 鐵 “급한 불부터 꺼야”
악용 가능성…한미 통상관계에 좋지 않은 선례 될 수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철강 관세 면제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자동차 시장 관련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느냐를 두고 계산이 복잡하다. 당장 급한 철강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주고받기'가 유효한 전략일 수 있지만, 미국이 악용할 경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꼴이 돼버린다.

철갈업계는 당장 25% 관세를 더 내게 된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좀 더 개방해도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잠식이 크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15.5%에 그쳤다.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9%와 비교할 경우 6.5%포인트 늘었다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아울러 철강 관세가 아니더라도 한미FTA 협상에서 결국 자동차를 양보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시각도 작용한다. 한미FTA 협상이 미국의 압박에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고 다른 것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철강 관세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사용하는 철강은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한다. 이에 따라 철강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기아차 가격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반대로 자동차 업계는 철강 관세 면제 대가가 얼마일지 알 수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환경·안전규제 완화 요구를 한·미 FTA협상에서 수용해도 미국산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은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독일 자동차가 복병이 될 수 있다. 미국을 위해 일부 규정을 완화할 경우 유럽연합(EU)이 한·EU FTA에서 같은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이 다음에 새로운 관세로 한·미FTA나 다른 분야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미FTA에 철강 관세를 피함과 동시에 미국의 수입규제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한편 이에 대해 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할 때 공언한 상호 이익 균형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철강 관세와 한미FTA 연계에 대해 "하나의 전략적인 방법이다"며 "항상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