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 신설·노동자 권리 강화… 검사 영장청구권은 삭제
생명권 신설·노동자 권리 강화… 검사 영장청구권은 삭제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8.03.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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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히 살 권리" 천명… 국민 정치참여 수단 확대
'동일가치 동일임금', '고용안정' 국가의무 등 명시
"다수 입법례에 따라 삭제"… 형사소송법은 유효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비서관.

 

◇ 생명권·안전권·국민발안 등 신설

청와대가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공개한 가운데, 1987년 개헌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거치면서 새롭게 대두한 기본권이 다수 포함돼 주목된다.

우선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다.

물론 현재도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생명권은 인정되고 있으나, 이번 개헌을 통해 명문화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했다.

이와함께 현행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강화했다.

정보기본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포함됐다.

국가에 성별·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의무를 지워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도 신설됐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됐다.

개헌안에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이번 개헌안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대거 포함됐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 노동자 권리 강화 등 현행 기본권 개선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기존의 헌법에 명시돼 있던 기본권을 개선하는 내용도 비중있게 포함됐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한 게 눈에 띈다.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개헌안에는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놨다.

아울러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 3권을 인정하는 한편,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생활 균형'에 관련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국가에 부과했다.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는 '노동'으로 수정했다.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업의 자유·재산권 보장·교육권·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국가안보와 관련한 권리의 주체는 '국민'으로 한정했다.

청와대가 헌법개정안을 검토하는 모습을 B컷으로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형연 비서관의 왼손 엄지손가락에 파란색 골무가 끼워져 있다. 이 골무는 주로 법률가들이 두툼한 문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때 쓴다. (사진=청와대 인스타그램)
청와대가 헌법개정안을 검토하는 모습을 B컷으로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형연 비서관의 왼손 엄지손가락에 파란색 골무가 끼워져 있다. 이 골무는 주로 법률가들이 두툼한 문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때 쓴다. (사진=청와대 인스타그램)

 

◇ 검사 영장청구권 등 삭제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서는 현행 헌법조항 중 검사의 영장청구권 등 일부 조항이 삭제됐다.

조 수석은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 규정을 두는 나라가 없다"며 "이에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청구 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연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 수석은 "형사소송법에 영장청구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국회가 결정할 몫"이라면서 "국회에 현재 사개특위가 마련돼 있는 만큼 거기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에 검사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그 논의가 불가능하지만 삭제된다면 해당 논의가 개시될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영장청구 주체가 바뀌기 전까지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신헌법에서 처음 도입된 군인 등의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 조항은 명백하게 불합리한 차별인 만큼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