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요양병원 방문해 검찰 과거사 공식 사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을 만나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문 총장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를 찾아가 "무엇보다 저의 사과 방문이 늦어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총장은 "저희는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당시는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인 격론이 벌어졌고 대학생들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발점이자 한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다"며 "그 후 부친께서 아들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평생의 노력을 다해 왔다"고 덧붙였다.
문 총장은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지금은 민주주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숙된 시민 민주주의로 완성해 지금의 국민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 사명을 다하겠다"며 "부친께서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문 총장이 검찰의 과거사 사과를 위해 지난달 초 박 열사 부친을 만나고 싶다며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만남을 요청했고, 곧바로 이달 20일 오후에 방문하는 약속이 잡혔다.
앞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문 총장에게 검찰의 과거사와 관련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안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문 총장은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검찰 과거사 관련 진정성 있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으로 재학하던 박 열사는 1987년 1월 자신의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소속 경찰에 강제 연행돼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사인을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물고문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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