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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용비리 '엄중한 책임' 일깨울 때
[기자수첩] 채용비리 '엄중한 책임' 일깨울 때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3.20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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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실업난 속에서 금융권 채용비리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 또다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채용비리를 조사한 금융당국 수장이 자신의 채용비리 의혹에 낙마한 사상 초유의 사건은 관행으로 포장된 불공정한 채용이 금융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최초의 민간 출신 수장으로 취임 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정부는 금융개혁 완수를 위해 관료 출신이 독식하던 자리에 이례적으로 민간 출신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금융권의 변화를 도모하려 했지만 그 기대는 참혹하게 무너졌다.

최 원장은 지난해 9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당당히 취임 일성을 밝혔지만 취임 6개월 만에 그 역시 채용비리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로써 그는 역대 최단기간 재임한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로 금융 파수꾼의 위상과 신뢰는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최 원장의 빈자리엔 많은 이들이 염원하던 금융개혁의 청사진은 고사하고 금융권 채용비리 후폭풍만 남았다.

특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자행되는 임원추천제는 현대판 음서제로 금융권 채용비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일례다.

임원이나 VIP 고객의 추천이 있을 경우 서류전형을 면제받고 최종 선발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해도 합격시켜 주는 불공정한 채용은 관행이라는 명분하에 수십 년 간 지속되며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눈물과 희생을 외면했다.

친구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낙마한 금융당국의 수장에 이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종손녀 채용비리 의혹, 3연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조카와 친동생도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노조의 주장 등등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금융권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대책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지배구조가 바뀌면 채용 비리가 사라질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채용비리를 근절하는데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부정청탁을 한 사람뿐만 아니라 청탁을 통해 취업한 사람도 해고하는 등 채용비리를 엄하게 처벌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된다고 주장한다.

우선은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에서 시행하는 블라인드 채용과 채용과정 완전 공개, 외부심사위원 영입 확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는 일련의 채용비리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관련 종사자들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금융당국은 무관용 원칙으로 관련자를 일벌백계할 제도를 마련해 채용비리의 엄중한 책임을 일깨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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