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측근이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상납에 대해 "월권 행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의 정책특별보좌관이었던 오모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남 전 원장 등의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오씨는 남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관리하면서 2013년∼2014년 매달 5000만원씩 총 6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
오씨는 2013년 5월 국정원의 어린이날 행사가 끝난 후 "(남 전 원장이) 청와대 비서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대통령께서 돈을 보내달라고 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당시 남 전 원장이 '그놈들이 아무리 형편없는 놈들이라 해도 나나 대통령을 농락하겠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본인 판단 하에 쓸 수 있도록 한 예산을 대통령과 나눠쓰자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당시나 지금이나 그걸 불법이라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종의 월권일 수는 있겠다. 부적절하다고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과 원칙을 굉장히 준수하는 걸로 알려졌고 그렇게 인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런 일을 하는지에 대해 (남 전 원장이) 과연 적절한 행동인가, 비서관들이 장난치지 않을까 의구심이 순간 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대통령에게 다시 전화해서 사실이냐고 따져 묻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 여겨 날 속이고 대통령을 농락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씨는 청와대의 돈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불쾌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처음 지시받을 땐 일회성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정례화한다면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 전 원장 퇴임 후 참모진들과 회식 자리에서 이헌수 당시 기조실장으로부터 "안봉근 비서관이 '남 원장 시절 매월 5000만원씩 보내줬다'며 돈을 요구해서 보내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엔 후임 원장이 안 온 상태여서 안 비서관이 기조실장에게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안봉근이 참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내놓고 할 만큼 잘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기조실장에게 얘기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