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정치적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주변 강국의 권력자들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트롱맨’ 일색이어서 한국은 국익을 지킬 정교한 전략을 짜지 못하면 주변 열강들의 대결구조에 휘말릴 염려가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란히 장기집권 체제를 완성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헌법까지 고쳐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로 2024년까지 더 집권하게 되면서 스탈린의 31년 독재 이후 가장 강력한 1인 체제를 구축했다. 두 나라의 상황만으로 본다면 과거 공산주의 시대로 회귀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중국, 러시아와 결전이라도 치르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정작 자국 내 정치적 입지는 불안정한 상태다. 한반도 정세가 신냉전 기류와 각국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는 이유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 되면서 절대 권력을 확보했다. 걸림돌이던 ‘3연임 금지’ 조항을 헌법까지 개헌하면서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했다. 이제 ‘시 황제’로 불리는 까닭이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18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면서 그동안 ‘강한 러시아’로 대표되는 ‘푸티니즘’ 기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푸틴은 이미 옛소련 시절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군 개혁과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자국 우선주의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각각 재선과 3연임을 위해 피치를 올리고 있다.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이지만 자국 내 상황의 돌파를 위해 한반도 주변 정세에 강한 입장을 펼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보호무역주의를 양손에 들고 전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얘기하면서 ‘북미대화’를 통해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고 보호무역을 강화해 경제적 결실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2020년 재선의 가늠자인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기회를 남과 북,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얻고자 하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 것도 걱정이다.
아베 총리는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으로 지지율이 무너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타개할 카드로 자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여 한반도 주변 정세의 악재로 돌변할 위험이 크다.
주변 열강 4국의 권력자들은 모두 부국강병과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다. 앞으로도 안보, 경제 등 다방면에서 공세적 외교 전략을 펼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다자간 외교를 통해 국익을 지켜야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할 공산이 크다. 그 과정에서 미국, 일본과의 마찰을 초래해 한반도 정세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정부는 물론 국회 및 범 정치권에서 각국의 노림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익 앞에서는 모두 한마음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