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권이 들어선 2010년. 금융권은 그야말로 ‘낙하산 인사’로 얼룩졌다. MB정부 코드인사가 차례차례 금융권 요직으로 내려앉았고 곧이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 강부자(부동산 자산가가 요직을 차지한다는 것을 빗댄 말)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는 코드인사를 우회적으로 비꼰 풍자어다. 코드인사는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은금융지주(현 산업은행)를 비롯해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현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민간금융회사까지 손쉽게 장악했다. 산은금융은 강만수 전 회장이, KB금융은 어윤대 전 회장, 우리금융은 이팔성 전 회장, 하나금융은 김승유 전 회장이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4대 천왕’으로 불리며 한 때 금융권을 호령하던 이들은 어떤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몰락’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이슈의 핵으로 떠오른 인물이 이팔성 전 회장이다. 그는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금융기관장 자리’를 대가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의 돈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이명박 측에 건넨 돈은 수십억원. 이뿐 아니라 이 전 회장은 수억원대의 금품을 전달하는 브로커 역할도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의심되는 자금을 합치면 총 금액은 22억원대로 추정된다. 만약 검찰의 추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전 회장은 22억원을 주고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산 꼴이 된다.
강만수 전 회장은 산업은행장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는 신세다. 그는 전방위적 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5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11월 2심에선 5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승유 전 회장은 각종 구설수에 시달린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08년 KEB하나은행이 다스의 불법자금을 대선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주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심에 김 전 회장이 있다는 것. 검찰은 이를 두고 전방위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잠잠하지만 어윤대 전 회장 역시 MB수사가 확대되면 어떤 식이든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적폐청산이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쪽에선 정치보복으로 규정한다. 사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여기서 확인하기 힘들다. 그들의 말 속에는 의미가 있고 설득력이 있으며 충분한 논리도 담겼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실여부다. 은행 수장 자리를 돈으로 살 수 있고 때론 은행 경영권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혀야 한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에 의해 철저한 죄를 묻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약 2년 전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말이 화두였다. 아마도 ‘4대 금융 천왕’의 몰락이 만든 적폐 때문은 아니었을까.